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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봐야지

자연이 답을 줄 거예요_[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

by 지제이스토리 2021. 1. 30.

지금은 코로나 시대라면서요?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에게서 답을 찾다

 

타샤의 정원 표지 캡처 2006년 발행
<타샤의 정원>(타샤 튜더, 토바 마틴 지음. 리처드 브라운 찍음. 공경희 옮김 / 도서출판 윌북. 2006년 발행)

 

'내가 이런 책이 있었나?' 제가 타샤 튜더를 처음 접한 건 십여 년도 훨씬 전입니다.

우연히 책꽂이에서 [타사의 정원]이라는 책을 발견한 것입니다.

책등이 누리끼리 바랜 것이 족히 몇 년은 그 자리에 꽂혀 있었던 거 같았습니다.

분명 난 산 기억이 없는데, 분명 내 책꽂이인데, 생전 처음 보는 책이 턱 하니 꽂혀 있더라는, 

그것도 오래전부터 난 네 곁에 있었어,라고 말하듯 색까지 바랜 채 있더라는,

쫌 무서운 '책장 괴담'입니다. :)

 

어떤 인연으로 내 책장 속으로 들어왔던 

미국 보먼트 주에서 30만 평의 정원을 가꾼다는 이 미국 할머니 얘기는 표지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검소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할머니가 꽃을 든 채 정원을 걷고 있는 모습.

게다가 이 할머니가 100편이 넘는 그림책을 펴낸 동화작가이기도 하다니, 

그녀의 삶과 일상, 생각들에 관심이 갔습니다.

 

책 서문에서 타샤 튜더는,

서너 살 때쯤 부모님의 친한 친구 댁에 갔다가 노란 장미가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꽃을 키우며 꽃과 생활하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합니다.

또 먹고살기 위해 그림 그리는 일을 하지만, 

만약 그릴 필요가 없게 된다면 하루 종일 정원에서 화초를 돌볼 거라고도 합니다.

 

'힘들지 않나요?'라고 묻는 분들도 계시지만, 난 정원의 나무나 꽃에게 특별한 걸 해주는 않아요. 그저 좋아하니까

나무나 꽃에게 좋으리라 생각되는 것, 나무와 꽃이 기뻐하리라 생각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 <타샤의 정원> 서문 '타샤 튜더로부터' 중에서

 

타샤의 정원 표지 캡처 2017년 리커버판
<타샤의 정원>(타샤 튜더, 토바 마틴 지음. 리처드 브라운 찍음. 공경희 옮김 / 도서출판 윌북. 2017년 리커버판)

 

억지로 꾸미지 않아 자연스럽게, 1년 내내 다양한 꽃이 쉬지 않고 핀다는 '타샤의 정원' 이야기는

꽃을 통해 친구가 된 토바 마틴이 수년 동안 타샤의 생활을 지켜보며 

그냥 지나쳐버리기에 아까운 정원의 풍경과 타샤의 통찰력 넘치는 말들을 한데 모아 글로 쓰고,

사진작가 리처드 브라운이 타샤의 생활과 정원을 찍어 엮은 책입니다.

새삼 검색을 해보니, 같은 출판사에서 2017년 발행했다는 리커버판이 보입니다. (아쉽게도 할머니 사진은 없네요.)

 

아무튼 그렇게 타샤 튜더의 이야기가 한국에도 알려진 후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의 집' '타샤의 식탁' '타샤의 말' 등등 계속 시리즈로 출간될 만큼 화제가 되었고,

타샤 튜더는 현대인들의 꿈을 실현한 사람으로 회자되었습니다.

 

실제 타샤 튜더는 스스로 의식주 모든 면에서 1830년대의 생활 방식을 원했다고 합니다.

평소 농담처럼 '나는 1800년대 살았던 어느 선장의 아내의 환생이야'라고 할 정도로요.

물론 큰아들 세스는 '어머니 말은 좀 에누리를 해서 들어야 해요'라고 했다지만요.

 

그만큼 그녀가 과거의 생활 방식으로 살고자 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수도 대신 펌프를, 전기 대신 촛불을, 베틀로 실을 뽑아 염색한 후 천을 직접 짜서 옷을 해 입고,

직접 염소와 오리, 닭을 키우며 열심히 농사를 짓고, 아이들의 인형과 장난감도 직접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92세의 그녀는 빗물을 모아 꽃들에게 주기 위해 물통을 나르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진 후

다시는 농원 일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꽃과 함께였다고 추모했으며 그녀를 '자연주의자'라 불렀습니다.

 

타샤의 정원 본문 이미지 캡처

 

이혼 후 네 아이를 혼자 키워야 했던 외롭고 힘든 나날이었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며 이겨냈습니다.

자연은 그녀의 인생에 큰 행복과 즐거움을 주었으며, 아이들이 상처 받고 힘들어할 때도 그림을 그려주거나

동물과 꽃을 만나게 해 주면서 스스로 답을 얻게 했다고 합니다.

 

"즐기지 않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요. 난 행복한 사람이에요." - 타샤 튜더

 

무심코 타샤 튜더를 다시 꺼내게 된 것은 '코로나'와의 긴 싸움에 지쳐가는 요즘,

책장을 슬슬 넘기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거라는 촉이 발동되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 자연의 풍경이 좋아서뿐만 아니라

그 자연을 빛나게 하는, 타샤 튜더라는 한 '사람'의 품격이 왠지 나의 자존감까지 높여주는 듯해서입니다.

 

책을 덮으며, 만약 타샤 튜더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이렇게 말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코로나 시대라는 세상에 산다면서요? 그곳에도 꽃과 나무가 있나요?

그렇다면 먼저 그 꽃과 나무들을 좋아해 주세요. 그럼 그들이 뭘 기뻐하고 좋아할지 생각이 날 거예요.

그걸 하나씩 해주다 보면 어느새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이 곧 오게 될 거예요."

 

MBC스페셜 타샤 튜더 다큐 화면 캡처
MBC다큐멘터리 'MBC 스페셜' 자연을 닮은 타샤 튜더 (2008년 방영)

 

타샤 튜더에 대하여... 

19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요트와 비행기 설계사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홉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친구 집에 맡겨졌고, 그 집의 자유로운 가풍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열다섯 살에는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살기 시작한 타샤는 비로소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고 화초를 가꾸는
일에 열중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스물세 살, 첫 그림책 <호박 달빛>이 출간되면서 그녀의 그림이 알려지고,
이후 <머더 구스>와 <1 is One>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는 등 100여 권의 그림책을 집필했으며,
<소공녀> <비밀의 화원> 같은 고전 작품의 삽화도 그렸습니다.
쉰여섯 살, 인세 수익으로 드디어 버몬트주 산골에 땅을 마련한 타샤는 19세기 풍의 집을 짓고 정원 일구기를
시작합니다. 이 정원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이 되었습니다. 
2008년, 가족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을 때까지, 그녀는 계속 정원을 가꾸고 옷을 지으며
19세기 생활 방식으로 살았습니다.

 

타샤 튜더 다큐멘터리가 2008년, 사후에 제작됐었네요. 그녀의 둘째 며느리가 한국분이었다니, 괜히 더 친근합니다.

 

MBC 스페셜_타샤 튜더의 다큐멘터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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