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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봐야지

위대한 나무, 위대한 사람_<나무를 심은 사람>

by 지제이스토리 2016. 8. 19.

너무나 위대하고 대단한 일을 목격하게 되면, 오히려 그 묘사는 더욱 단순해지고 담담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아름다운 형용사도 미사여구도 불필요해지는 것이지요. 팩트 자체가 훌륭하니까요.

 

<나무를 심은 사람>은 작가 장 지오노가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으로, 그 내용은 짧고 문장은 간결하며, 화려한 수식어도 없습니다. 그래도 충분합니다. 위대했던 한 인물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기에는 말이죠.

 

지제이스토리_나무를심은사람1_20160818

 

 

1913년 20대의 장 지오노는 알프스 산맥이 뻗어 내린 산악지대로 여행을 떠납니다.
해발 1200-1300미터에 오르자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헐벗고 메마른 황무지뿐입니다.
물도 말라버린, 말할 수 없이 황량하고 쓸쓸한 땅.
뼈대만 남기고 쓰러져 가는 몇 채의 집들 사이로는 모진 바람만 불고 있습니다.

 

물을 찾아 헤매던 그는 구세주처럼 양치기 노인 한 명을 만납니다.
물과 스프를 얻어먹고 하룻밤 신세를 지며 장 지오노는 그에게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에게서 외진 곳에 혼자 사는 노인답지 않은, 평화로움과 자신감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노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나이는 쉰다섯.
산 아래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으나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그는 이 외진 곳으로 들어와 양치기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는 나무를 심고 있었습니다.

 

“물이 마르고 땅이 죽어가는 것은 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딱히 할일도 없으니, 나무를 심어 땅을 살려보려고 합니다.”

 

그는 매일, 하루 100개씩의 튼실한 도토리를 골라내 한 알 한 알 정성껏 산에다 심고 있었습니다.
이미 지난 3년 동안 10만 그루를 심었고, 그중 2만 그루가 살아났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중 1만 그루는 다람쥐에게 갉히고, 프로방스 특유의 기후 때문에 죽어나갈 것이라면서도, 그는 묵묵히 나무를 심습니다.

 

 

지제이스토리_나무를심은사람2_20160818

 

 

무려 35년간.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도,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났을 때도.
그는 매일 나무를 심습니다.
3킬로, 10킬로, 20킬로, 30킬로... 그 넓고 긴 산맥을 따라 참나무와 너도밤나무, 자작나무를 심어나갑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장 지오노는 전쟁이 끝난 후 1920년부터 매해 한 번씩 나무 심는 노인을 만나러 갑니다.

조금씩 나무가 자라고 숲이 되어가는 멋진 모습을 지켜본 유일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그것도 오직 한 사람의 노동에 의한 위대한 변화를 말입니다.

 

“나는 그동안 한 번도 그가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가 겪은 시련을 잘 아실 것이다. 나는 그가 겪었을 좌절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숲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수없이 절망과 싸웠을 것이다. 1년 동안 1만 그루가 넘는 단풍나무를 심었으나 모두 죽어버린 일도 있었다.” - <나무를 심는 사람> 중에서

 

장 지오노가 엘제아르 부피에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1945년 6월.
이제 그 옛날 황무지였던 땅은 울창한 숲이 되었고, 그 아래 몇 개의 작은 마을들 역시 옛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나무를 심기 전과 심은 후, 장 지오노가 묘사한 1913년과 1945년을 한번 비교해 보았습니다.

 

 

 1913년    1945년

마을사람들은 모두 가난했다.
고립감은 그들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탈출구는 없었다.
착실하게 살던 이들도 끔찍한 현실 앞에 무너졌다.
여자들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모든 것에 경쟁했다.
숯을 파는 것에서 교회에 가는 일까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더 잘하기 위해
칭찬이든 비난이듯 더 받기 위해

서로 끊임없이 싸웠다.
게다가 바람 또한 쉬지 않고 신경을 자극했다.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정신병마저 유행했다.
그들은 서로 미워하며 살고 있었다.
희망이라고는 없는 삶이었다.

공기부터 달랐다.
그처럼 모질게 불어대던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
향기롭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나를 맞았다.
물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샘터였다.
마을에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져야만 할 수 있는

공동작업의 흔적이 보였다.
희망이 살아나는 것이었다.
망가진 집과 담을 허물어버리고 5채를 새로 지었다.
각종 채소와 꽃들이 골고루 심어진 정원들이 있었다.
누구나 살기를 꿈꾸는 곳으로 변해 있었다.
산 밑으로 호밀과 보리가 가득 자라고 있는

조그만 들판이 보였다.

마을은 천천히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의 건강하고 티 없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바로 이 변화가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한 노인이 해낸 일이자, 위대한 나무의 힘이었습니다.

장 지오노는 책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 짓습니다.

 

 

“자신의 영혼과 몸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한 남자가 그 황량했던 대지를 약속의 땅으로 바꿔놓은 걸 생각하면 그의 인생은 너무나 멋진 것이었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그의 신념과 인내, 그리고 아낌없는 영혼을 생각할 때마다 내 가슴은 노인을 향한 말할 수 없는 존경심으로 가득 차오른다. 그는 오직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을 스스로 해낸 것이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1947년 바농 요양원에서 평화로이 눈을 감았다. - <나무를 심은 사람> 중에서

 

 

지제이스토리_나무를심은사람3_20160818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53년 발표된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13개 언어로 옮겨지며 전 세계에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은 채 오직 타인의 행복과 자연을 위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해낸 불굴의 정신력과 고결한 인내를 가진 한 인물의 삶이 감동적이어서,

또 하나는, 이 기적을 행한 사람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양치기 노인이어서...
그것은 마치 우리 모두에게도 그런 품성과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으니까요.

 

솔직히 엘제아르 부피에처럼 살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만난다면 한번 묻고는 싶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해낼 수 있었나요?”

 

상상컨대, 그의 대답은 이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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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를 얼마큼 내겠다, 미리 계획하거나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뭔가를 하며 인생을 보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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