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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 읽기

꿈, 목표 없어도 인생은 아름다워_[소울] 디즈니X픽사

by 지제이스토리 2021. 2. 3.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의 가치 찾게 해주는, 애니메이션 [소울]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1

 

'토이스토리 1, 4'와 '월-E'의 각본을 쓰고 '업'과 '인사이드 아웃'을 감독한 피트 닥터가 [소울]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건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아들을 지켜보며 고유한 성격과 자아가 형성된 채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아들이 지금은 23살이라고 합니다. 

 

23년간 무르익고 발전시켜온 이야기라서일까요, 영화는 한마디로, 매우 훌륭했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 그 기분 좋은 벅참과 여운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라고 생각한 순간, 한발 더 들어가 내면 깊은 곳까지 울림을 준 영화,

내 소울을 건드린, [소울]입니다. (스포O)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2

 

자신은 재즈 연주를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중학교 음악 선생님인 조 가드너.

다행히 정교사까지 되었지만 그건 엄마의 꿈이지, 자신의 꿈은 아니었습니다.

조 가드너의 인생 목표는 진짜 연주가들과 함께 매일매일 공연하는 삶을 사는 거였으니까요.

그러다 옛 제자의 소개로, 평소 존경하던 재즈가수 도로테어와의 공연을 약속하게 되고,

조는 너무 기쁜 나머지 뉴욕 거리를 뛰어다니다가 그만 맨홀 아래로 떨어지고 맙니다.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3

 

눈을 떠보니, '사후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오늘 밤이 공연인데... 이렇게 끝낼 순 없어...'

죽음을 거부하고 도망치던 조는 이번엔 태어나기 전인 '생전 세계'로 떨어지고 맙니다.

그곳은 태어나기 전인 어린 영혼들이 자신의 성격과 개성을 부여받고,

삶의 관심사, 이른바 촉(불꽃)을 찾는 곳이었습니다.

그걸 찾아야 지구로 가는 통행권을 받게 되고, 영혼은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곳 관리자인 제리는 조에게 영혼이 촉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배, 멘토 역할을 맡깁니다.

조에게 맡겨진 22번 영혼은, 삶의 의욕은커녕 지구에 가고 싶은 생각이 1도 없는, 그래서

테레사 수녀, 간디, 칼 융, 링컨 같은 여러 위인들조차 촉 찾아주기에 실패했던 시니컬한 영혼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4

 

조는 그런 22번 영혼에게 반드시 통행권을 만들어주고, 자신이 대신 지구로 가기로 계획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22는 촉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냄새도 맛도 느낌도 모르는 영혼인 22는

'음악, 제과, 체조, 소방관, 화가, 과학자, 정치인...' 다 별로이며 지구는 심심해서 싫다고 투덜댑니다. 

그러다 지루하고 한심하게 산 것처럼 보이는 조가

왜 이토록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자 하는지가 궁금해져, 22는 그를 어둠의 구역으로 데려갑니다.

 

어둠의 구역이란, 무언가에 집착해 자기를 잃고 사는 영혼이나 길을 잃고 떠도는 영혼들이 있는 곳으로, 

그들을 잡아 다시 지구로 보내주는 일을 하는, 문윈드 선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5

 

문윈드 선장은 병원에 의식불명 상태로 있는 조의 몸으로 영혼을 보내주고자 하는데...

마음 급한 조가 너무 성급히 뛰어드는 바람에, 조는 그만 고양이 몸으로, 22는 조의 몸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덕분에 22는 몸이 있는 자의 특권인 걷기를 배우고, 피자를 먹어보고, 바람을 느끼고...

또 중학생 제자 코니의 얘기를 들어줌으로써 다시 음악을 하게 해주는 등... 지구의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조 역시 생전 세계의 촉이 '이발'이었을 게 분명한 천상 이발사 데즈의 꿈이 원래는 수의사였다는 것도 알게 되고,

연주자가 되는 걸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아버지의 양복을 물려받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6

 

조가 22에게 잠깐이나마 지구에 있어본 소감을 묻자, 22가 대답합니다.

 

"난 내가 잘못된 건 아닐까, 살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 근데 조가 나에게 목적이나 열정 같은 걸 보여줬지,

어쩌면 하늘을 보는 게 내 촉일지도 몰라, 아님 걷는 거! 난 정말 잘 걸을 수 있다고."

"이봐, 그건 목적이라고 하는 게 아니야. 그건 평범한 일상이니까."

 

단호박 조의 말에 실망한 22는 자신의 촉은 지구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믿지만,

사후세계 관리자 테리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조도, 22도 다시 영혼으로 돌아가게 되고 맙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22의 통행권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은 아직 촉을 찾지 못한 것 같은데 말이죠.

22는 조에게 통행권을 줘버린 후 사라지고,

조는 제리로부터 촉이라는 건, 

목표도 꿈도 아닌, 단순히 삶을 살 준비가 되었다는 걸 뜻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7

 

촉이 목표가 아니라는 말이 이해가 안됐지만, 어쨌든지간에

22 덕분에 지구로 돌아온 조는, 도로테어 밴드와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극찬을 듣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뤘는데 뭔가 채워지기보다 오히려 허무해진 조는,

사탕 하나, 낙엽 하나에 감격하고, 사람들과 떠들며 신나 하던 22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무의미하다고만 생각했던 자신의 평범한 지난날 역시 의미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조는 통행권을 돌려주기로 하지만, 뮌윈드 선장은 22가 어둠의 구역을 떠돌고 있다는 얘기를 해줍니다.

조의 몸에 들어가 봄으로써 지구에 살아볼 마음이 생겼지만, 여전히 자신은 목표가 없다는 사실에 

너무 좌절하고 집착한 나머지 22는 어둠 속을 헤매게 된 것이지요.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8

 

조는 22에게 촉이 곧 목표가 아니었음을 알려줍니다.

하늘을 보는 것, 걷는 게 좋았던 것만으로도 넌 이미 지구에서 살 준비가 된 것이라고.

그렇게 22는 드디어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이제 원래대로 조만 사후세계로 들어가면 되는 일.

하지만 조와 22 사이의 일에 감동한 제리는 조에게 한번 더 삶의 기회를 줍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묻는 제리에게 조가 답합니다.

 

"글쎄요... 확실한 건, 난 순간순간에 충실할 겁니다."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9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를 알려주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영화는 많습니다.

하지만 '소울'에 더욱 감탄하게 되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준다는 겁니다.

 

영화 초반이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입니다.

마치 내 얘기처럼, 뻔한 듯 평범한 일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공감하게 되고, 공감하는 만큼 재미를 느끼다가,

어느 한순간에 쿵 하는 충격(?)을 받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10

 

이렇듯 조가 지금까지의 '나'라면, 22는 나에게 새 길을 열어주는 것 같습니다.

 

수의사라는 꿈은 못 이뤘으나 이발사로서도 충분히 기쁨을 얻고 있다는 데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갈팡질팡하는 제자 코니가 스스로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게 하고, 

연주가가 되는 걸 반대하는 엄마의 마음을 돌려 진심으로 응원하게 하는 22.

 

조에게는 어려웠던 일들을 쉽게 할 수 있었던 22의 비결은,

22는 지구살이를 하며 굳어진 관념이나 선입견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죠.

 

그런 22 덕분에 '뭔가를 이루지 못해도 우리 인생은 원래 아름다운 거였구나' 하고 인정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소통하고 교감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애니메이션 소울 캡처11

 

하루하루가 시시하다고 느껴진 적이 있다면,

꿈과 목표가 확실한 사람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면, 소울을 추천합니다.

 

찌뿌드드한 이 몸뚱이도, 차가운 겨울바람도, 매일 반복되는 오늘 뭐 먹지? 의 고민도,

다 감사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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