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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 읽기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진짜일까 _ <트루먼 쇼>

by 지제이스토리 2016. 8. 16.

제가 '트루먼 쇼'를 본 것은 십 년도 훨씬 전입니다.
당시 무서운 장면 하나 안 나오는데도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었고, 그 뒤로 누가 기억에 남는 영화라도 물으면, 꼭 순위에 들어가는 영화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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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The Truman Show / 1998년 개봉 / 감독 피터위어 / 주연 짐캐리

 

 

주인공은 트루먼 버뱅크. 트루먼의 뜻은 말 그대로 True+Man 입니다.

진짜 사람이라고 해석해야 하나요?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는 올해로 서른 살이 되었으며,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굿모닝~! 미리 인사해두죠, 굿 애프너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출근길에 만나는 이웃에게 오늘 못 보게 될까봐 하루치 인사를 미리 한다는,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사람, 그는 씨헤븐이라는 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으며,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아름다운 아내도 있습니다.
부족한 것 없는 그이지만, 다만 배 타는 것을 죽기보다 무서워합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졸라 함께 보트를 타고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났고, 아버지가 익사하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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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출근을 하던 트루먼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져 박살이 나는 바람에 깜짝 놀랍니다.
조심조심 살펴보지만 그로서는 처음 보는 물건.
무슨 일이지?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하늘은 맑고 화창하기만 합니다.
트루먼은 다시 출근길을 재촉하고 라디오 방송에서는 비행기 사고였다며 안심을 시킵니다.
그렇게 트루먼은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하지만 관객은 이 한순간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그 물건이란,
바로 조명용 라이트이며, 그것이 트루먼에게는 30년 동안 봐온 밤하늘의 별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은 방송 10,909일째.

 

사상 최초로 방송사에 입양된 아이 트루먼.
단 한 대의 카메라가 자궁 속의 태아를 찍는 것을 시작으로 30세가 된 지금은 무려 5천대의 몰래카메라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 세계로 생방송 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는 트루먼 쇼.
그 주인공 트루먼은 스타 중의 스타이나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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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섬 자체가 인공위성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하게 지어진 세트라는 것.
어릴 때부터 어울린 절친, 직장 동료, 부모님과 아내마저도 모두 연기자였다는 것.
그가 먹고 자고 입는 데 쓰는 모든 일상용품은 협찬에 의한 것이고, 광고되고 있다는 것.

 

그걸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내 인생에 일어난 일들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상황이라는 것을, 아버지의 죽음조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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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알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에게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부랑자가 되어 나타나더니 사람들에 의해 순식간에 끌려 가버리고,
자신이 섬 밖으로 나가려고만 하면 예약이 안 되거나, 버스가 고장 나거나, 불이 나고...
부부싸움 중에 뜬금없이 코코아 광고를 하는 아내의 어색한 행동, 거리의 사람들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해서 움직인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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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은 대학 시절 만났던 첫사랑 실비아가 했던 말들을 떠올립니다.

“내 말 들어. 모두 너에 대해 알고 있어. 모른 척할 뿐이야. 이 바다, 모래, 다 가짜야, 다 너 때문에 만든 거야.

이건 세트야, TV 쇼라고! 여기서 나와서 날 찾아!”

하지만 그녀 역시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에게 끌려가고, 지금은 만날 수가 없습니다.
트루먼은 운명처럼 만난 그녀를 잊지 못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태어나 만난 사람 중에서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그를 대한 사람은 실비아 한 명뿐이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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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처음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뭔가 음모가 있는 거 같애. 넌 그런 생각 안 해봤니? 벽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

트루먼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절친에게 자신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고스란히 전합니다.

하지만 절친 역시 연출자가 불러주는 대사를 읊조릴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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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트 밖 진짜세상에서는 씨헤븐이라는 어마어마한 세트장을 만들고 트루먼 쇼를 30년째 방송하고 있는 연출자 크리스토퍼를 인터뷰합니다. 기자가 묻습니다.

 

“트루먼은 왜 지금까지 진실을 모르고 지낼까요?”
“그건 트루먼이 현실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출자의 답변에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트루먼의 현실은 아버지가 자기 때문에 바다에 빠져 돌아가셨다는 죄책감, 홀로 되신 어머니를 떠날 수 없다는 것, 아직도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속에 익숙해져버린 그는 가짜를 인지할 수도 진짜를 볼 수도 없었던 거지요.
이 모든 것이 그를 진짜세상에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연출자의 각본이자 의도였는데 말입니다.

 

연출자 크리스토퍼는 또 말합니다.
“그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는데 그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진실을 알 수 있었는데, 시도하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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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진짜를 찾아낸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릅니다.
또다시 현실에 안주하기엔 그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바다 끝을 향해 나아갑니다.
연출자는 폭풍우를 일으켜 그가 겁에 질려 다시 돌아가게 하려 하지요.
하지만 죽음을 불사하고 포기하지 않는 트루먼의 의지에, 연출자는 결국 태양을 뜨게 합니다.

바다 끝에 도착한 트루먼은 하늘을 만집니다. 인간은 만질 수 없는 높고 높은 하늘인 줄로만 알았던 거대한 방송국 세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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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가짜였다니...
자신이 가짜세상에서 살았음에 절규하는 트루먼에게 연출자 크리스토퍼는 말합니다.
“트루먼, 너만은 진짜였어.”
그리고 끝까지 설득합니다.
"바깥세상은 거짓말과 속임수뿐이란다. 하지만 내가 만든 세상은 천국이지. 이곳에서 계속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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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루먼은 세트장 문을 박차고 진짜세상으로 나아갑니다.
가짜세상에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말이지요.
“이제 못 볼 테니 미리 인사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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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영화를 보며 처음엔 트루먼이 불쌍하고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더군요.
최소한 자신의 삶을 살았고, 목숨을 걸고 진짜를 찾아낸 트루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을 알고 싶다며 한 사람의 삶을 쇼로 만들어버린 연출자, 그에 동조한 연기자들, 그리고 남의 인생의 구경꾼이 되어버린 시청자들이야말로 불쌍한 사람들 아닐까요.

 

네... 어쩌면 이 영화의 결말은 뻔했네요. 진짜가 진짜를 찾는 건 본능일 테니까요.

 

저 역시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슬픈 일이 생겨 울고 있는데, 그 울고 있는 나를 내가 또 보고 있는 거 같은.

 

그래서 말입니다만, 만약 내가 살면서 우연처럼 필연처럼 겪은 이런 저런 일들도 다 저렇게 어떤 각본에 의해 짜여진 거라면... 마치 나라는 주인공을 만들어놓고 내 그릇에 맞는 좁은 세계를 배경으로 한 편의 영화를 찍어온 온 거라면...

 

이미 나에게도 진짜를 찾으라는 어떤 메시지들이 있지 않았을까요.

 

나의 현실성이 그것을 못 보게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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