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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봐야지

마음수련 명상, 누가 해야 할까

by 지제이스토리 2016. 8. 24.

어디 맛집에라도 가서 아주 맛있는 걸 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다음에 엄마아빠를 꼭 모시고 와야겠어!’ ‘친구들이랑 같이 한번 와야겠다!’...
이 맛을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마구마구 생각나는 거죠.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명상을 하면서도 그랬습니다.
3일째, 4일째, 5일째... 그 생각은 점점 더 커졌고, 마지막 날이 하이라이트였죠.

 

 

지제이스토리_명상, 누가 해얄 할까1_20160824

 

 

마음수련 메인센터에서는 1과정을 마치고 나면 함께 수련한 사람들끼리 쫑파티 같은 걸 가볍게 합니다.

그동안 눈인사 정도나 하지,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동기들끼리 다과를 하면서 자기소개도 하고, 지난 일주일에 대한 소감도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재밌는 것은, 일주일 동안 맨얼굴에 운동복 혹은 아주 편~한 일상복으로만 대했기 때문에, 뭐하는 사람인지 서로 모른다는 겁니다. 표정이나 말투, 스타일 같은 걸 보고 추측할 뿐이죠.
그리고 그날 와장창 깨진 것은 저의 편견과 선입견이었습니다.
나름 눈썰미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직업군을 맞힌 확률은 20% 정도. 거의 다 예상을 빗나가더라고요..ㅎㅎ.

 

 

지제이스토리_명상, 누가 해야 할까2_20160824

 

 

예를 들면,
좀 퉁퉁하고 목소리도 걸쭉해서 동네 반장 가정주부인 줄 알았는데, 한참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이시고,
늘 부스스하고 까만 피부에 여유 있어 보여서 친환경 농사 짓는 분인가 했는데, 우주공학 박사이자 카이스트 교수라 하고,
앳되고 예뻐서 연예인 지망생 고딩인가 했는데, 웬걸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라 하고,
말투도 행동도 어눌해 보이던 청년이 한의사라고 하고... 뭐 이런 식인 거죠.

 

다행히 저만 그런 건 아닌지 한 명씩 소개될 때마다 “오~” “진짜?” “어머, 전혀 그렇게 안 보여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옷차림, 화장, 계급장, 명함 같은 거 다 떼고, 일주일 동안 서로를 봐왔구나, 그래서 별 대화도 없고 서로 잘 몰라도 참 편안했구나 싶기도 했죠.

 

일주일 동안 명상을 해본 느낌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했습니다.

 

“늘 가슴에 돌덩이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삭 없어지고 속이 뻥 뚫린 기분입니다.”

 

“부럽네요, 솔직히 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휴가를 연장하고 일주일만 더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쌓아두기만 한 마음들을 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우울증이랑 불면증이 좀 있었는데, 그런 마음의 병도 나을 수 있겠구나 희망이 생겼어요.”

 

“저는 엄마랑 같이 왔어요. 엄마랑 아주 특별한 추억을 남긴 거 같아서 좋아요.”

“우리 딸이 담달에 시집가요. 지 시집가면 엄마 혼자 남아서 어떡하냐고, 하도 울고 짜고 하길래, 둘이 여행이라도 가자 하고 온 건데 정말 잘 온 거 같애요.”

 

결혼하자마자 해외로 떠나야 한다는 외동딸은 엄마가 계속 명상을 하기로 해서 훨씬 안심이 된다고 했습니다.

딱 필요할 때 엄마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신 것 같다면서요.

얼마나 서로 애틋한지 옆에서 보는데 괜스레 울컥하더군요.

 

 

지제이스토리_명상누가해야할까3_20160824

 

 

“아유~ 난 잠만 자고 가는 거 같애. 그래도 마음이 뭔지는 확실히 알았응께 돈은 안 아깝네.”


“저는 수련만 하고 나면 아주 상쾌하더라고요. 푹 자서 그런가 봐요. 히히~^^”


“맞아, 학생은 너무 자더라. 학생은 그 자고 싶은 마음을 버려야 돼~”

 

하하하! 호호호!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걸 경험했다는 동질감에서일까요. 더없이 편안하고 친근해진 동기들끼리의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1과정을 죽 안내해준 도움님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선생님들 처음 온 날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어요. 처음엔 얼마나 무겁고... 솔직히 표정이 무서운 분들도 있었어요. 근데 지금 얼마나 밝아지셨는지, 여러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마음수련, 누가누가 해야 하나

 

도움님 말이 끝나자마자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벌떡 일어나셨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모 중학교 교감선생님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에.... 저는... 이 마음수련을.... 정치인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푸앗! 사람들은 하마터면 먹던 걸 뿜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박수가 터지고, 그건 좀 오바 아니시냐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소란 속에서도 교감선생님은 마치 조회 훈화라도 하듯이 꿋꿋이 말씀하시더군요.

 

“에... 제가 생각할 때 이 마음수련의 실체는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바뀌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정치인들이 마음수련을 한다면, 야당은 여당을, 여당은 야당을 서로 수용하고 존중하면서, 한마음이 되어서 바른 정치를 해나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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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렇네요.” 사람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선생님은 인성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교육자들이 해야 한다고 하고,
직장인은 전쟁통 같은 데서 살아남아야 하는 직장인들이 해야 한다고 하고,
가정주부는 허무함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가정주부들이 해야 한다고 하고,
한의사는 맨날 아픈 사람 보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며 의사들이 해야 한다고 하고,
대학생은 미래가 불안한 자기 세대들이 해야 한다고 하고...

 

시끌시끌 왁자지껄~ 이야기가 좀처럼 끝이 나지 않자 도움님이 깔끔하게 정리를 했습니다.
“네, 네, 맞습니다.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렇듯이, 마음수련도 누구나 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도 제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것은 우리 가족이었습니다.
‘여기 우리 식구들도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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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가엔 희망이 없다고 자식들 교육을 위해 빈 몸으로 상경하신 엄마아빠. 그 고생과 한들을 풀어낼 수 있을 텐데....
‘난 평생 가슴에 칼을 꽂고 살게 될 거야’ 아이를 두고 이혼해야 했던 언니. 그 상처와 고통도 씻어낼 수 있을 텐데...
장남의 부담감과 책임감에 한 번도 시원하게 웃는 걸 본 적이 없는 오빠. 오빠도 가벼워질 수 있을 텐데...
애들 때문에 산다며 데면데면한 부부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동생 부부 그리고 조카들. 모든 게 새로워질 수 있을 텐데....

 

내내 그런 생각들이 떠나지 않더라고요.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 떠난 내 친구. 그렇게 허망하게 자식을 아내를 엄마를 떠나보내야 했던 친구의 가족들 생각도 났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처럼 정치인이나 교육자들을 말할 큰 그릇은 안 되나 봅니다.
아직은 제 가족 제 주변 사람들이 먼저네요. -.-;;

 

그래도 마음수련은 누가 해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이런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감 선생님 말대로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고 바뀌게 하는 것이 마음수련의 실체라면, 그럴 이유가 있다고 느끼는 모든 분들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마음이 뭔지 알고 싶고,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 포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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