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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봐야지

전지적 명상 시점(1)_[늦잠과 마음수련]

by 지제이스토리 2021. 1. 18.

늦잠, 자존심 그리고 마음수련

늦잠과 마음수련

"어떤 행동이든 자주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면 힘을 얻는다. 습관은 처음에는 약한 거미줄 같지만
그대로 두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묶는 쇠사슬이 된다."

- 트라이언 에드워즈

 

살다 보면 많은 종류의 습관들이 생깁니다.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에 깊숙이 배어버려서 잘 바뀌지 않는 것들 말입니다.

그중 하나가 저는 늦잠(=지각)입니다.

 

밤늦은 시간 조용히 뭔가를 하는 게 좋아 새벽녘에야 잠들고 아침엔 늦게 일어나고...

오래전부터 이런 생활이 반복되었고, 반복되다 보니 습관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프리랜서 생활을 끝내고, 조직에 몸담게 되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나 되어 함께하는 조직'의 시대에 발맞추지는 못할망정 분위기 흩뜨리기에 딱인 습관이니까요.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지각 좀 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문앞까지 왔지만, 그냥 발길을 돌려버리고 싶은 불편함. 
오늘도 이렇게 한심하게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하는 자책.
모두가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데 들어설 때의 그 민망함.
한마디 하고 싶은데 꾹 참고 있는 게 빤히 보이는 동료들의 눈빛, 그 쎄-함.
이렇게 눈치 보고 살아야 하나, 확 때려치우고 싶은 우발적 부정적 극단적 생각들...

 

그래도 그럭저럭 하루를 보내고 나면 퇴근길에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내일은 반드시 일찍 일어나리라. 동료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달라진 내 모습을 보이리라.'

 

하지만 다음날도 마찬가지. 마치 복사기라도 돌린 듯 반복되는 날들에 또 한탄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감정들은 일단 다 자존심 때문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다들 일찍 나와 일하고 있는데 나만 늦는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니까

한탄하고 불편해하고, 자책하고 민망해하고, 내일부터는... 하고 다짐도 하는 거 아닐까요.

 

 

지각 때문에 생기는 온갖 마음의 근간 '자존심'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저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지적당하는 것일 만큼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는 겁니다.

자존심 얘기가 나오니, 한 가지 생각 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중학교 때 국사시간이었습니다.

시험 날이었는데 저는 아는 답이 별로 없어서 연필만 굴리고 있었습니다.

근데 학생들 책상 사이를 왔다갔다 하던 선생님이 제 옆에 서서 가지를 않는 거였습니다.

그러더니 한숨을 푹 쉬면서 혼자말(하지만 모두에게 들릴 만큼)처럼 말했습니다.

"에휴.... 00가 공부를 안해서 참 큰일이다... 큰일..."

'왓더!' 저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킥! 풋! 아이들 웃음소리까지 더해져,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저는 발끈해서 결심했습니다. 

'공부를 원해? 알았어, 해주지.'

다음 시험에 보란듯이 백점을 맞았습니다.

 

갑자기 떠올라서 예를 들었지만, 제가 자존심이 세다는 걸 증명해줄 레퍼토리는 너무나 많습니다.

포인트는 지각을 함으로써 엄청 자존심이 상하고 있는데, 왜 보란듯이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가, 입니다.

 

 

그 자존심마저 이기는 '습관'이라는 놈

 

어느 날 문득 제가 내린 결론은 '습관이 자존심을 이기고 있다'였습니다.

알람도 못 듣고 한참 늦은 시간에 벌떡 일어나며 늘 이렇게 외치니까요.

 

'아, 몰랑. 몸이 안 일어나지는 걸. 몸이 말을 안 듣는 걸 어떻게.'

 

습관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지요.

몸에 배인다는 건,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하나하나에 배인다는 말일 것입니다.

 

게다가 마음수련 명상에서 내리는 정의에 의하면, 습관은 내가 살면서 반복함으로써 생기는 것도 있지만,

이미 몸이라는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에 그 뿌리가 훨씬 깊다고 합니다. 

부모 또한 그 부모로부터, 그 부모 또한 그의 부모로부터....

이렇게 올라가다 보면 대대손손 얼마나 뿌리 깊게 이어지겠습니다.

부모 조상님들 습관까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 제 일상이 달라져야 하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모든 건 자기와의 싸움, 나를 이기는 방법 마음수련

 

불편하다, 자책이 된다 하며 자존심을 내세운 것도, 습관이 참 무섭다는 등 온갖 핑계를 댄 것도 다 내 모습.

모든 게 그렇듯, 결국은 나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마음수련 명상은 뭔가를 얻고 채우는 것이 아닌, 비우고 버림으로써 현재의 삶을 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돌아보고 버릴 수 있다는 건,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를 갖고 있다는 뜻이지요.

 

명상을 통해 이런 습관이 생기게 된 원인들, 과거의 기억된 사진(마음)들을 돌아보고 버려갔습니다.

그런 어느 날 제가 이런 행동을 하더군요.

 

"미안하지만 나 좀 깨워줘." 평소 일찍 나오는 동료에게 부탁을 하는 겁니다.

좋은 징조라 생각합니다. 혼자 해보겠다는 그 잘난 자존심을 한번 꺾은 거니까요.

 

또 하나, 우연히 단톡방을 훑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을 받은 게 있습니다.

예전에 동료들이 올려줬으나, 그때는 스쳐 지났던 각종 영상 자료들.

 

아침이 달라지는 효과적인 숙면 법
밤 11시에는 자야 하는 이유
잠에 대한 모든 것, 수면 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동료들은 새벽까지 일한 사람이 늦게 일어난 것 자체를 탓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 생활방식이 건강을 망칠까 봐 걱정한 것이었습니다.

나 혼자 쎄-하다고 느꼈던 눈빛은 건강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자기 방식만 고집부리는 것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면 관점이 달라집니다.

관점이 달라지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지지요.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 나의 출근 시간, 나의 변화를 칭찬합니다.

 

"자신을 완벽하게 이길 수 있으면 다른 어떤 것도 쉽게 이길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승리가
가장 완벽한 승리다."

- 토마스 아 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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