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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 읽기14

사랑받았다면 잊지 말아야지_[하치 이야기] 인격 있는 사람과 견격 있는 강아지의 감동실화 ‘하치 이야기’ 1923년 12월. 온 세상이 하얘질 만큼 큰 눈이 내린 날 세 마리의 강아지가 태어납니다. 뼈대 있는 족보를 자랑하는 아키다견 순종 강아지들. 그중 한 마리가 동경대학의 우에노(나카다이 타츠야 분) 교수에게 선물로 보내집니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아키다현에서 동경까지 긴 여행을 하게 된 강아지는 이틀 밤낮을 기차 짐칸에 실려 오느라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래도 온 보람은 있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당당하게 쫑긋 세운 귀, 왼쪽으로 말린 귀여운 꼬리와 촉촉하게 빛나는 코를 가진 강아지로서 단번에 우에노 교수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으니까요. 우에노 교수는 땅을 힘차게 딛고 선 강아지의 다리 모양이 ‘여덟 팔(八))’ 자 같다며 하치라는.. 2021. 1. 8.
행복은 주어지는 것인가, 만들어가는 것인가_[아멜리에] 그동안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영화 아멜리에 ‘아멜리에’는 진정 영화다운 영화입니다. 이 세상 미모가 아닌 듯한 오드리 토투의 등장부터가 그렇고, 이 예쁜 언니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마음먹는 것, 그리고 그 시도가 하나씩 성공해간다는 스토리가 그렇습니다. 이런 마음 저런 마음으로 지쳐가고 있을 때, 행복이란 말은 사전에나 나오는 말처럼 막연해질 때, 관객들의 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영화. 그래서 ‘그래, 너는 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했노라’며 칭찬해주고 싶은 영화이죠. 아멜리에(오드리 토투 분)는 무뚝뚝하고 소심한 아버지와 신경과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아멜리에가 아버지의 손길을 느끼는 건 군의관인 아버지가 정기검진을 해줄 때뿐입니다. 6살 되던 해 검진 날, 모처럼 닿는 아.. 2020. 12. 27.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래_[존 말코비치 되기] 부러웠던 그 사람의 명예와 부를 내가 다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왜 나일까? 차라리 다른 사람이었으면…’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이런 생각은 타인에 대한 부러움 혹은 자신을 향한 불만에 비롯될 것입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 채워질 줄 모르는 바람은 ‘내가 다른 사람이라면…’이라는 상상과 한탄을 끌어냅니다. 는 타인의 뇌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는 기발한 설정 아래 인간의 온갖 욕망과 다중성을 보여주는, 다분히 철학적인 영화입니다. 따라서 복잡한 스토리나 구성, 배경에 매이지 않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주요 인물들 한 명 한 명을 짚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어도 좋아, 원하는 것만 가질 수 있다면!” _ 크레이그(존 쿠삭 분) “원숭아, 네 팔자가 상팔자구.. 2020. 12. 24.
마, 이게 레트로다_[품행제로] 품행은 제로여도, 그나마 귀여웠던 80년대 날라리들 레트로(Retro)란 추억을 의미하는 영어 ‘retrospect’의 준말로 복고풍, 재유행 등 과거에 존재했거나 유행했던 것들을 본뜨려고 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옛날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되살리려는 것인데, 그 이유인즉 과거의 추억이 우리에게 주는 안정감과 위안 때문이겠지요. 영화 는 2002년 12월,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에 개봉한 조근식 감독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당시, 바야흐로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되었다며 모두가 흥분하던 시절, 이 영화는 거꾸로 우리를 1980년대로 데려가 주었죠. ‘껌 좀 씹던 불량 학생들, 교련 시간, 화생방 훈련, 롤러스케이트장, 거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생생하게 펼쳐지던 80년대를 바라보며, 그땐 그랬지 했었.. 2020. 12. 19.
사랑 앞에 도망쳐봤다면_[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오랜만이야, 조제... 잘살고 있지? 한지민, 남주혁 주연의 영화 ‘조제’가 바로 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리메이크라고? 순간, 16년 전의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절절하면서도 흐뭇했던 그 느낌이 반가움과 함께 뒤섞였다고나 할까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다니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2004년 한국 개봉 당시에도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인생영화’라 불리던 명작입니다. 일상에 묻혀 있던 평범한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선천적으로 걷지 못하는 한 소녀와 강렬한 첫만남을 갖게 되고 연민 이상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조제라고 불러.”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에 푹 빠진 조제는 츠네오에게 ‘조제’라 부르라고 다소 명.. 2020.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