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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마음 읽기

상처, 고민? 그게 뭣이 중헌디! _ <판타스틱 듀오>

by 지제이스토리 2016. 8. 9.

 

<신의 목소리> <복면가왕> <너의 목소리가 보여> <음악의 신> <듀엣가요제>... 음악+예능 프로가 참 많습니다.

말 그대로 음악에 예능을 더해 다양한 음악과 볼거리, 긴장감과 재미까지 주고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한 프로들이죠.
 
특히 가수가 아닌 일반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프로들은 깜짝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습니다.
간혹 가수 지망생도 있지만, 보통은 학생, 직장인, 주부 들이라는 일반인들이 나오는데, 어쩜 그렇게 다들 노래를 잘하는지,
와~ 진짜 잘한다,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사람 참 많다’ 절로 감탄을 하게 되지요. 역시 우리나라는 흥의 민족입니다.ㅎㅎ

 

그중 지난 일요일에 방송된 <판타스틱 듀오>는 재미와 감동을 넘어, 좀 울컥울컥 했습니다.

 

<일요일이 좋다 _ 판타스틱 듀오 / SBS-TV 일요일 오후 4시 50분 방송>

 

지난봄부터 방송된 <판타스틱 듀오>는 평소 좋아했던 가수와 일반인이 듀엣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는 프로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다운 받아 전 국민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최종 후보들 중 함께 노래할 사람은 가수가 선택해서, 먼저 이긴 팀에게 도전하는 경연이죠.

현재 가수 김건모와 마산 셜리가 제3대 판듀로서 2연승째인 상황, 이번 도전자는 다름 아닌 거미, 바다, 윤미래였습니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보컬의 레전드라 불리는 SES의 리드보컬이었던 바다.
매혹적인 음색에 소울 충만한 R&B의 디바 거미.
한국 힙합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극찬 받는 힙합 여제 윤미래.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기대와 재미를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특히 예능에서 보기 힘든 윤미래의 등장은 더욱 신선했지요.
(윤미래는 남편 JK타이거가 지난 김수희 편에 나와 출연을 덜컥 약속을 해버리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왔는군요.^^)

 

이번 회에서는 가수 바다가 오랜 팬이었다는 ‘바다의 왕자’를 듀오로 선택하고, 윤미래는 지원자들의 실력이 막강해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난감해하는 것까지 방송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윤미래의 듀오가 되기 위해 지원한 세 사람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험한 인상과 큰 덩치로 인해 무서운 사람으로 오해를 받고 산다는 ‘독산동 빡빡이’
혼혈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편견과 수군거림을 이겨내야 했던 ‘홍대 살쾡이’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옥탑방에서 사춘기를 보내며 가수의 꿈을 키워왔던 ‘옥탑방 스피커’

 

그들은 상처받고 힘들 때 윤미래의 노래를 수없이 듣고 부르며 위안 받았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윤미래는 우상이고 여신이고 진심으로 존경하는 최고의 가수였습니다.

지원자들에게 윤미래는 자신이 작사한 MEMORIES를 부르게 합니다.
메모리즈는 역시 혼혈로 태어나 편견과 차별 속에서 자라야 했던 윤미래의 자전적 힙합 곡으로, 랩 부분에 지원자들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아보게 하지요.

 

그리고 그들의 진실한 이야기에 윤미래도, 관객도, 시청자도 빠져듭니다.

 

 

지제이스토리_판타스틱듀오16_20160809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알고 보면 건실하고 귀여운 청년 독산동 빡빡이.
"신뢰감을 주려고 슈트 입고 근무했는데 오히려 좋지 않은 사람들이 일하는 흥신소로 착각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고민 고민 하시다가 상사인 변호사께서 만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분홍색 셔츠 같은 걸 입고 항상 웃고 있어라 해서 그래봤는데, 그것도 별로... 결국은 출근을 자주 하지 않는 걸로 했죠. 대신 외근을 위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헤헷!”
웃는 모습이 귀여운 독산동 빡빡이는 자신의 외모를 위협적으로 느끼는 사람들 때문에 동네에서는 모자를 꼭 쓰고 다닌다고 합니다.

 

굵고 깊은 저음을 가진 그가 가져왔던 고민을 랩으로 풀어냅니다.

 

지제이스토리_판타스틱듀오22_20160809

 

작은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외모만을 보며 날 판단하지
그래도 남자니까 괜찮아,

버틸 만해 아직
허나 생긴 대로 살지 않겠다는 것이,

내 다짐
험상궂은 얼굴에 커다란 체격과 나쁜 말투에
악역배우는 언제나 내 역할
선입견은 사람들이 내게 줬던, 오명
허나 내 안에 난,

아직 일곱 살 앳된 소년

 

무명가수로 살다가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엄마가 노래 연습 하는 걸 보며 자랐다는 옥탑방 스피커는 어머니의 꿈과 자신의 꿈에 대한 다짐을 담아냅니다.

 

지제이스토리_판타스틱듀오21_20160809

 

엄마의 빈자리 음악으로 채워 가
그녀의 드림까지 이제 내가 데려가
Listen

들리나요 엄마
엄마가 꿨던 꿈 이제 내가 꾸려고 해
엄마가 물려준 이 크나큰 목소리

I sing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 때까지
아빠 엄마 그리고 나,
생각해 여전해
셋이 단란했던 순간,
그리운 내 메모리즈

 

아버지 얼굴조차 모른다는 홍대 살쾡이. 까만 피부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린 딸이 상처 받을까봐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하는 걸 보고 자랐다는 그녀는 이제 혼혈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살겠다며, 그간의 상처를 풀어냅니다.


 

지제이스토리_판타스틱듀오99_20160809

 

어릴 적부터 까무잡잡했던 내 피부에
친구들은 놀려대 ‘어디서 왔냐’고
난 단 한 번도 운 적 없지
까만 게 뭐 어때서
나는 내 자체가 좋다고
내 피부색 얼굴,

난 내 자체를 사랑해
남들이 뭐라 내 뒤에서 말해도,

난 상관 안 해
아무리 놀려대도 나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자랑스레 나의 길을 갈래

 

미소와 웃음 속에 가려져 있던 상처를 진심으로 풀어내고 넘어서는 모습이 참 당당하고 멋져 보이더군요.

그들은 노래로써 상처를,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았습니다.

 

패널로 출연한 연예인들 역시 “역대 최고의 무대”였다, “자기의 고민을 진실 되게 풀어내면 어떤 얘기도 감동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우리 셋 행복했던 기억을 품에 안고, 이제는 행복하자 아빠”

“외모가 음악이라면 아마도 난 음치, 허나 마음만은 노래하고 있지”

“이 세상 사람들의 뒷말은 신경 끄고, 이제 숨기지 않고 나는 노래 할래”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혼혈에 대한 시선에 개의치 않겠다는 다짐을 노래하고,

엄마가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신이 이루겠다 약속하고,

인생 내내 부딪혀온 편견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며,

이렇듯 뭉클해지는 것은, 내 안에도 있을 어떤 고민, 상처들이 맞물리며 함께 풀어지는 것 같아서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민 is 누군들요...
상처 is 누군들요...

 

그 어떤 상처도 고민도, 오히려 담담하게 표현하고, 당당하게 풀어내면 별 거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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