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팀이 미국 L.A.에 갔습니다.
첫 번째 방송에선 정준하를 비롯 겁 많은 멤버들에게 무서운 놀이기구를 태웠습니다.
두 번째 방송에선 어쩌면 코미디언 잭 블랙을 만나나 했습니다.
(예전에 무한도전에 출연한 잭 블랙이 미국에 오라고 초대한 적이 있었지요.)
잭 블랙과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까지 갔는데... 깜짝 놀래키려는 건가 했습니다.
하지만 더 놀랍게도 무한도전이 만난 사람은 바로 도산 안창호입니다.
제작진은 다짜고짜 멤버들에게 지루한 버스투어를 시킵니다.
뜬금없이 차가 제일 막힌다는 인터체인지를 구경시키고, LA다운타운을 거쳐, 한국학연구소가 있다는 남가주대학,
한인회관과 코리아타운우체국을 훑고 지나더니,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로 데려갑니다.
그곳은 아카데미 시상식장 돌비시어터가 있고,
땅바닥에는 스타 이름이 새겨진 별 모양의 동판이 2,500여 개나 있는 유명한 거리죠.
제작진은 그 동판 중 한국인 3명의 것이 있다며 찾아내라는 미션을 줍니다.
멤버들은 안성기와 이병헌은 찾지만 세 번째 인물은 찾지 못합니다.
세 번째 인물은 바로 필립 안.
헐리우드에 진출한 최초의 아시아 배우이자 최초의 한국 배우.
1935년에 데뷔, 약 200여 편의 영화에 주조연으로 활약,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다름 아닌 도산 안창호입니다.
멤버들은 놀람에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 미국 L.A 땅에서 도산 안창호라니.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해왔다.
이것은 내 목숨이 없어질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
- 도산 안창호
독립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로 그 도산 안창호인 것입니다.
비로소 멤버들은 그 지루했던 버스 투어 장소들의 이름을 다시 알게 됩니다.
L.A.코리아타운 우체국의 정식 명칭이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라는 것,
그 평범해 보이던 도로 인터체인지의 이름이 ‘도산 안창호 인터체인지’라는 것,
남가주대학의 한국학연구소는 도산 안창호의 가족이 살던 집을 재연한 곳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도산 안창호 광장이 있으며, 리버사이드 시청 앞에는 간디, 마틴 루터킹과 나란히 도산 안창호의 동상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이 모두가 미국 연방정부기관이 한국 이민자들의 공로를 기념하고, 도산 안창호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도산 안창호의 흔적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먼저 한인독립운동의 근거지였던 ‘대한인국민회의 총회관’(한인회관)에 가지요.
그곳엔 미주 한인의 역사와 독립운동, 특히 안창호 선생의 유품과 귀한 기록물들을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1905년 항일운동단체 공립협회 창설.
1907년 비밀 결사 단체 신민회 조직.
1910년 미주 한인독립운동 단체들을 대한인국민회로 통합.
1913년 독립된 조국의 인재를 양성하는 흥사단 설립.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항일운동의 결정적 순간에는 언제나 도산이 있었고, 그는 독립운동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 안필영 씨를 만납니다.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내 아버지와 한인 동포들이 한 노력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로 91세, 3남2녀 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도산의 자녀 안필영씨는 그렇게 멤버들을 향해 인사를 합니다.
1926년 그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 도산 안창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을 위해 상해로 다시 떠나게 되고, 결국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에게는 큰형님 필립이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필립 형에게 말씀하셨대요. ‘나는 내 나라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 가족을 돌보는 건 네 몫이다. 아버지는 내 식구를 보살피지 못하는 것이 마음속 큰 죄’라고 하셨대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필립은 어머니를 돌보고 동생들을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하는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도산이 일제의 탄압으로 수감되었을 때는 그를 나오게 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다 합니다.
“어머니께서도 늘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우리가 그런 아버지를 따라야 한다고요.”
도산의 아내 이혜련 여사는 103년 전 남편과 조국을 위해 직접 태극기와 흥사단 기를 만들고 부인친애회를 조직해 독립운동자금을 모금했던 또 한 명의 독립운동가였습니다.
안필영 씨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시청자들을 향해 정중히 말합니다.
“기억해 주세요. 먼 타지에 있는 작은 한인회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것을. 그들이 그렇게 싸운 가장 큰 이유는 조국을 사랑했고 동포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멤버들은 필립 안 커디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으로 갑니다.
필립 안 커디는 도산 안창호의 외손자, 즉 도산의 장녀 안수산 여사의 아들입니다.
도산의 장녀 안수산 여사는 아버지의 독립운동을 보며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키웠고,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아버지처럼 일본과 싸우기 위해 미 해군 장교로 자원입대를 했습니다.
이후 미 해군 역사상 최초의 여성 포격술 장교에 올랐고, 전쟁 후엔 미 국가 안보국의 핵심 부서를 이끌기도 했다는 그녀는, 타임지의 ‘이름 없는 여성 영웅’에 선정, 인종차별의 장벽을 넘어 아시아계 미국인의 한 세대를 대표한 인물로 평가 받습니다.
“도산의 삶은 오직 대한민국의 독립뿐이었어요. 우리 기억 속에 그는 가장 순수한 애국자고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한 분으로 남을 것입니다.”
필립 안 커디는 총 3,351점의 유품을 기증 후 남은 유품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도산 안창호의 정신을 계승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을 공유에서 사람들이 도산에 대해 더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도산은 양반 출신이 아니었어요. 그는 가난한 농부였고 아버지도 없었어요. 오직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도산 안창호의 가족을 만나고 역사적인 장소를 다니며,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몰랐습니다’입니다.
“아... 몰랐어요, 정말 몰랐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죄송합니다" ...
몰랐습니다. 저 역시 방송을 보며 멤버들과 같은 순간에 ‘몰랐네...’를 반복했습니다.
*1902년 결혼식 다음날 도산이 아내와 함께 미국에 온 이유, 교육을 통한 구국 운동을 위해서였다는 걸 몰랐습니다.
*도산이 미국에 와서 한국인 인삼 상인 둘이 길에서 싸우는 걸 보고, 동포들끼리 서로 어울리도록 돕고자 1903년 동포 사회의 개선을 위해 상인연합 한인친목회를 결성했다는 걸 몰랐습니다.
*일제의 주권 침탈이 본격화되자, 도산이 1905년 미국에서 태어난 큰 아들의 이름을 필립이라 지은 이유. ‘반드시 필, 설 립.’ 조국을 반드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이었는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미국 내에 한인들의 입지를 세우고자 노력했던 이유가 ‘한국인은 나라를 꾸려갈 능력이 없다’는 일제의 왜곡된 선전에 맞서고, 한국인들의 실력을 양성하고 증명해내기 위해서였다는 걸 몰랐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는 물론 오렌지를 딸 때조차도 깔끔하게 양복을 입었던 이유가, 미국 현지인들에게 우리 조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몰랐습니다.
*1세대 한인 이민자들이 인종차별과 나라 잃은 설움까지 견디며, 낯선 땅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은 오직 고된 노동뿐. 오렌지 농장과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해 받은 품삯의 반을 조국을 되찾기 위한 독립자금으로 기꺼이 보탰다는 걸 몰랐습니다.
*동포들을 만나기 위해 수개월씩 증기선과 기차를 타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넘나들었던 도산의 총 이동 거리가 4만Km, 37년간 다닌 나라가 12개국 120여 개 도시라는 걸 몰랐습니다.
*그렇게 동포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 세계를 다니며, 절망에 빠진 동포들에게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동포 한 명 한 명을 독립운동가로 만들려고 했다는 걸 몰랐습니다.
*1938년 3월 10일 도산 안창호가 병원에서 순국한 이유가, 서대문 감옥에서 죽으면 또 다른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될까 두려워 일제가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켜서였다는 걸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나열된 역사적 사실과 배경들을 몰랐다는 것보다, 도산 선생의 그 마음에 무관심했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죽음의 공포가 없다.
나는 죽으려니와 내 사랑하는 동포들이
그렇게 많은 괴로움을 당하니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일본은 자기 힘에 지나치는
큰 전쟁을 시작하였으니
필경 이 전쟁으로 인하여 패망하오.
아무런 곤란이 있더라도 인내하시오.
- 도산 안창호. 서대문 감옥에서
수차례의 수감생활, 고문의 고통 속에서도 죽음의 공포보다는 동포를 더 걱정하고 아파했던 도산 안창호.
오직 조국의 독립만 생각하고 동포를 위하는 그 마음은, 그 지극함과 정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것은 사랑인 것 같습니다.
애기애타(愛己愛他)
자기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라.
자기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비로소 남을 사랑하고
나아가 나라를 사랑하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
- 도산 안창호. 대전 감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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